루이 비통의 성공 비결
파리에 위치한 루이비통(Louis Vuitton)의 근사한 본사건물 지하의 굳게 잠긴 문 뒤에서 기계 팔이 루이비통의 핸드백을 50㎝ 정도를 들어올렸다가 바닥에 떨어뜨린다. 4일 동안 이 기계는 핸드백(안에 3.5㎏의 물건을 넣은)의 낙하 실험을 계속한다.
이곳은 루이비통이 만들어낸 명품들을 첨단 기술로 고문하는 테스트실이다. 어떤 장비는 제품이 바래는 정도를 테스트하기 위해 제품을 무차별적으로 자외선에 노출시킨다. 또 다른 장비는 지퍼를 5,000번 열고 닫는 테스트를 한다. 루이비통의 매혹적인 팔찌를 손목에 걸고 있는 기계 마네킹 손은 팔찌가 떨어지는지 확인하기 위해 손목을 격렬하게 흔들고 있다. 루이비통의 이미지는 무엇인가?
이렇게 하루 종일 핸드백을 거칠게 다루는 로봇은 분명 아니다. 무엇보다 슈퍼모델이 눈부신 금빛 사막과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자사 제품을 전신에 감싸고 있는 루이비통의 화려한 광고가 떠오를 것이다. 또는 1,000달러가 넘는 무라카미 신제품 핸드백을 사기 위해 쇼핑객들이 몰려있는 뉴욕 5번가 매장부터 도쿄의 패션 거리 오모테산도(表參道)의 매장에 이르기까지 루이비통의 근사한 매장이 떠오를 것이다. 루이비통은 욕구와 자아를 절묘하게 판매와 연결하고 있다.
우선 품질에 대한 회사의 끊임없는 관심을 들 수 있다. 앞서 설명한 로봇은 '평생 수리보증'이 필요없을 정도로 철저하게 품질을 검사한다. 또한 유통망도 엄격하게 관리된다(루이비통 핸드백은 할인을 하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디자인과 제조의 생산성 향상에 힘입은 생산설비의 효율성, 그리고 지속적으로 성장하면서도 수익을 떨어뜨리지 않고 광고와 전 세계 매장 확장을 가속할 수 있는 능력이다. 언젠가는 루이비통을 앞서고자 하는 미국 핸드백 브랜드인 코치(Coach)의 CEO 류 프랭크포트(Lew Frankfort)는 "루이비통의 운영 시스템은 세계 최고"라고 말한다.
류의 의지가 과연 현실화될 것인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현재 루이비통의 사업은 탄탄대로를 걷고 있다. 연 매출이 38억달러에 달하는 루이비통은 그 뒤를 따르는 프라다와 구찌그룹의 구찌 부문보다 매출이 2배나 많다. 경쟁 업체들은 지난 2년 동안 세계적인 불경기를 겪으면서 힘든 시간을 보낸 반면 루이 비통은 두자릿수 매출 성장과 업계에서 가장 높은 운영마진(operating margin)을 과시하고 있다.
루이비통은 몇가지 강점을 갖고 있다. 우선 옷장 속 루이비통 백 하나로는 너무 외로워 보인다고 생각하는 고객들의 충성도를 들 수 있다. 인도네시아의 공무원인 엘리자베스 해니는 파리의 루이비통 매장에서 최근 원통형의 파필리온 모노그램 백을 665달러에 구매했다. "한동안 저축을 한 후 한가지 제품에 목돈을 지출한다." 35세인 해니는 20세부터 루이비통을 구매했다. 전통적인 갈색 모노그램 백에 대한 이러한 고객들의 관심을 1,000달러부터 시작하는 무라카미나 평균 2,000달러의 염소가죽 백 제품인 수할리(Suhali)와 같은 신제품으로 전환시키는 것이 루이비통의 전략이다.
여성 고객들만 루이비통 중독자는 아니다. 서류가방, 지갑, 심지어는 안경 케이스까지도 루이비통 제품을 구매하는 부유한 프랑스인 장 프랑소와 바르도넷(51세)을 보자. 그는 "루이비통이라는 꿈을 사는 것"이라고 말한다. "루이비통 소비자들은 루이비통의 열렬한 팬이며 가격이 올라갈수록 우리는 제품을 더 많이 찾는다. 루이비통은 우리 눈을 현혹하고 있지만 우리는 그것이 좋다." 라고 말한다.
아르노가 89년 루이비통을 인수했을 때 루이비통은 이미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명품 브랜드였다. 그러나 이전 소유자였던 프랑스의 라카미에(Racamier) 일가는 매출의 75%를 차지하던 일본고객에게 초점을 맞추었다. 90년대 후반 명품 액세서리에 대한 유행이 불과 같이 일어났고 케이트 스페이드(Kate Spade) 토트백과 펜디의 바게트백과 같은 제품을 구입하기 위해 줄을 서야 할 정도였다.
품질의 명성을 유지하던 루이 비통의 전통 갈색 백은 이들과 비교해 식상해 보였다. 이 때 세상물정에 밝은 뉴욕 디자이너 제이콥스가 등장한다. 아르노가 98년 제이콥스를 영입했을 때 위험한 선택처럼 비춰졌다. 그러나 제이콥스의 신선한 단순 미학은 루이비통과 완벽한 조화를 이루었고 그가 도입한 새로운 기성 제품 의류와 신발 라인은 (루이비통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5%가 안되긴 했지만) 젊은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2003년 봄 제이콥스는 일본 아티스트 무라카미 타카시와 손을 잡고 여러 색상의 백을 출시하면서 벚꽃과 기존 루이비통 모노그램 무늬를 결합하고 반짝거리는 메탈을 가미했다. 루이비통은 작년 이 상품을 3억달러이상 판매했다. 제이콥스는 "과거 루이비통은 지위의 상징이었고 지금도 그렇다"고 말한다. "그러나 지금은 과거보다 더 매혹적이고 과감해졌다." 제이콥스의 손길이 젊은 소비층을 끌어들인 한편, 루이비통은 품질과 평생 무상 수리를 통해 중장년 고객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이처럼 루이비통은 세계 명품으로써의 그 명성을 지켜 나가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고객만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 2004년 150주년을 맞은 루이비통이 현재와 미래에 또 어떤 패션 트랜드를 몰고 올지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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