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소녀에서 여왕이 되기까지
1. 어린 시절의 엘리자베스
엘리자베스 1세(이하 엘리자베스로 칭함)는 안정되고 화목한 가정환경에서 성장하지 못하였다. 엘리자베스는 축복이 아닌 실망과 질시 속에서 탄생하였다. 그녀의 아버지인 헨리 8세는 왕비인 캐서린과 결혼하여 메리 튜더를 낳는다. 그러나 헨리와 캐서린 의 사이는 좋지 않았고 결국 헨리 8세는 자신의 시녀였던 앤 불린(엘리자베스의 어머니)을 두 번째 아내로 맞아들인다. 이들 사이에서 태어난 아기가 바로 잉글랜드를 강대국 계열로 이끈 엘리자베스이다.
하지만, 헨리는 자신이 원하는 아들이 아닌 딸인 엘리자베스가 태어나고 이어서 앤이 아들을 낳지 못한다는 이유로 앤 불린을 간통죄로 처형시켰다. 그 이후로 사람들은 엘리자베스를 사생아라는 차가운 사회적인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아버지인 헨리 8세로부터 따뜻한 사랑을 받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갓난 애기일 때 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이복형제인 언니 메리와도 유대적인 관계를 맺지 못했다.
이렇게 불안정한 성장배경 속에서 그녀는 자신에게 주어진 공주로서의 의무와 자신이 하고자 한 것에 열중하면서 올바르게 성장해 나간다. 어쩌면 이때부터 그녀는 이 차가운 현실 속에서 살아가는 생존의 기법을 터득하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혼자서 외롭지만 굳건하고도 강건하게 자신의 자리는 지키는 법을 이때부터 홀로 배워온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흘러 헨리 8세가 숨을 거두고 뒤이어 이복 남동생인 에드워드 6세가 왕위에 올랐지만 얼마 가지 않아 병을 얻게 되어 죽자 엘리자베스의 언니인 메리 튜더가 잉글랜드의 여왕이 된다. 메리는 열렬한 가톨릭 교도였다. 따라서 잉글랜드를 가톨릭으로 강제로 복귀시키려고 했다. 메리는 훗날 피의 메리라고 불릴 정도로 신교도들에 대한 가혹한 탄압을 가했고 이때 수많은 사람들이 메리에 의해 죽어나갔다.
이렇게 반란과 탄압의 긴장된 분위기 속에 엘리자베스의 목숨도 위태로워졌다. 메리의 통치기간 동안 그녀는 런던탑에 갇히는 등 온갖 박해를 받았다. 런던탑은 일찍이 자신의 어머니가 처형당했던 곳이었기 때문에 갓 21살이 된 처녀가 느꼈을 공포는 상상을 초월했을 거라고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녀는 한 순간도 냉정을 잃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그녀의 이러한 강경한 모습에 나는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자신이 이제 곧 처형을 당해 죽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냉정을 잃지 않으며 꼿꼿하게 자신의 신조를 지켰던 그녀였다.
자신도 튜더왕조의 한 사람으로서 왕위 계승자였고 그 어려운 상황에서 ‘생존’만이 곧 승리한다는 것을 몸소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훗날, 그녀가 메리의 치세동안 파산 직전까지 갔던 잉글랜드를 세계 최강의 제국으로 탈바꿈시킬 수 있었던 원동력은 바로 이처럼 런던탑에 갇혀 언제 처형될지 모를 상황에서도 끝내 포기하지 않고 살아남을 것이라고 확신하는 의지가 바탕이 되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2. 여왕으로 등극한 엘리자베스
메리의 왕위동안 지나친 가톨릭의 강요와 여왕으로서 여러 국가정책에 대한 능력 부족으로 대중들도 메리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게 되고 메리의 반대세력들은 엘리자베스를 지지하게 된다. 메리를 이을 후사 왕자가 없는 상황에서 엘리자베스가 메리의 뒤를 이을 왕위 계승자인 것은 분명했다. 하지만 자칫 잘못했다가는 메리의 미움을 사 자신의 목숨이 위험해질 것이라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그녀였기 때문에 자신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왕이 되고 싶어 하는 욕망을 철저히 감추고 가톨릭 미사를 드리는 등 메리에게 순종한다.
결국 메리가 죽고 난 뒤 뒤를 이어 그녀가 왕위로 올랐고, 그녀가 즉위할 무렵에 당시 잉글랜드 상황은 열악하고도 불안정했다. 스코틀랜드와 프랑스와의 전쟁을 2차례 벌이고 나서 유일하게 정복지였던 칼레마저 잃은 상황이었다. 이렇게 나라의 기세가 혼란스러운 상태에서 그녀의 왕위 등극 소식은 국민들로부터 좋은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그동안 신교도들에 대한 박해와 2차례동안 계속 됐던 전쟁 속에서 가장 마음과 몸이 지쳐있던 사람들은 바로 국민들이 아닌가. 그러한 국민들의 욕구와 불만을 해소시켜줄 사람은 바로 엘리자베스 그녀임을 국민들은 알고 있었던 것이다.
마침내 엘리자베스는 1559년 1월 12일 잉글랜드의 공식 왕관을 씌워짐으로써 새 여왕으로 공식적으로 인정받는 대관식을 치루며 잉글랜드를 대영제국으로 황금시대로 이끌어 나가는 발돋움을 시작한 것이다.
3. 엘리자베스와 메리 스튜어트
절대 왕권적인 위치에 올라섰고 국민들의 사랑도 독차지했으며 명실공히 최고의 권력자로 군림하게 된 엘리자베스였지만 그런 그녀에게도 내면적으로는 약점이 있었다. 그것은 왕실 혈통 문제인데, 그녀의 아버지인 헨리는 에드워드 왕자를 보면서 사실적으로 엘리자베스를 혈통으로 인정하지 않았었기 때문에 ‘왕실혈통’은 그녀가 갖고 있는 유일한 약점이었다.
메리 스튜어트는 스코틀랜드의 여왕이었는데 스코틀랜드에서 그녀의 왕권을 인정하지 않자 친척인 엘리자베스가 있는 잉글랜드로 가서 자신의 신변을 보호해 줄 것을 요청한다. 그러나 왕실혈통으로만 따진다면 메리 스튜어트가 왕실에 더 가까운 사람인 것을 엘리자베스는 알았기 때문에 그녀가 썩 반갑지는 않았다. 그러던 도중 메리 스튜어트는 자신이 잉글랜드의 계승권을 주장하며 반란을 일으키다 발각되어 결국, 처형을 맞이하게 된다.
엘리자베스의 중상주의 정책
1. 종교개혁
엘리자베스는 메리가 재위 당시 가톨릭을 국교로 인정하며 잉글랜드를 로마 교회의 나라로 만들려고 했던 것들에 대해 반대의 의견을 내세웠다. 또한 대관식 행사에 복음을 라틴어뿐만 아니라 영어로도 낭독함으로써 엘리자베스가 신교의 해방자인 것을 대중들 앞에 확인시켰다. 엘리자베스는 메리 여왕 때처럼 가톨릭을 국교로 인정하려는 급진적인 개혁을 시도하지 않았으며 잉글랜드 안에서 통일된 교회를 창설하기 위해 많은 고민들을 하였다.
따라서 진보적 세력인 신교들의 요구와 보수적 세력의 의견도 아울러서 들었으며 그녀는 튼튼하고 하나로 통일된 교회를 세우는 것에 근본을 두었다. 양측 세력 간의 종교 분파 논쟁으로 교회의 통합이 무너지는 것은 바라지 않았던 것이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하나의 종교를 위해 강압적이고 탄압적인 방법으로 종교개혁을 한 것이 아니라 잉글랜드의 통일된 교회가 근본적으로 튼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종교개혁을 추진했다는 점에서 메리 여왕과 큰 차이점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고 나서 엘리자베스는 왕권을 안정시키기 위해 메리 여왕이 취소 시켰던 수장법을 다시 통과 시켜 교회의 수장이 되어 신교도가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였으며 최대한 종교적으로 논쟁이 없게끔 온건한 분위기를 조성하여 신·구교도들 간의 입장을 고려하며 함께 수용하고자 하였다. 이렇게 급진적이고 극단적인 개혁이 아닌 그녀의 점진적인 노력으로 종교적 화해의 움직임이 보이자 마침내 그녀는 강력한 변화를 추진하기 위해서 교회 주교들의 힘을 약화시켜 교회의 재정을 좌지우지 수 있는 자격을 꾀하게 된다. 이렇듯 엘리자베스는 주교들의 재산을 삭감하고 교회의 재정으로 조신들의 재산을 늘려줌으로써 군주로서 지배층들을 확고히 하며 국가적 재정을 적절하게 재분배하여 나라가 안정적으로 되도록 이끌었다. 재정지출을 크게 줄이는 검소함을 보여 국가의 재정에 대한 문제점을 해결하는 지혜를 보였으며 종교적 문제도 이와 같이 전략적인 지혜로 해결하였다.
2. 동인도 회사 설립
영국의 동인도 회사는 네덜란드가 인도 항로로 진출하여 향료무역을 본격적으로 개시한 것에 대해 자극을 받은 영국의 상인들을 중심으로 엘리자베스의 특허를 얻어 동인도 지역에 무역의 독점권을 얻어 세워진 민간회사이다. 17세기 영국 동인도 회사의 활동범위는 아프리카에서 일본까지 그 영향을 미쳤는데 주요 사업은 향료 무역이었다.
민간 자본으로 운용되지만 배후에는 중상주의 원리에 입각한 국가의 입김이 작용했기 때문에 사실상 준 국가기구나 다름없었다. 영국정부는 동인도 회사를 내세워 인도에 대한 경제적인 침투를 가속하고 상권을 확장하는 동시에 상권 내에 자유 무역지대를 설치하여 인도 상인들과 대부업자들을 끌어들여 영국이 재편한 수탈적 경제구조에 예속시켰다. 그로부터 회사는 인도의 면직물 수입을 주요사업으로 하게 되고 점차 인도에 대한 통치권을 넓혀갔던 것이다.
한동안 이러한 영국의 억압과 수탈이 계속되자 세포이 항쟁(동인도 회사 내의 인도인 용병이 일으킨 항쟁)인하여 동인도 회사는 해산되었다. 초창기 영국 동인도회사는 전쟁보다는 무역 자체에서 이윤을 창출하는데 더 많은 관심을 두었던 회사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중계무역이 활기를 치자 인도에 대한 야망을 드러냈다.
모직물 공업을 육성하고 장려하였기 때문에 농촌을 중심으로 급속히 경제가 발전할 수 는 있었지만 양을 키우기 위해 확대한 인클로저가 광범위하게 이루어지면서 토지에서 쫓겨난 농민들은 농업 노동자 또는 공업 노동자로 전락하였다. 이러한 농민들을 위해 엘리자베스는 사회복지정책을 제정하였는데 그것이 바로 뒤이어 언급할 구빈법, 또는 튜더구빈법으로 불리는 법이다.
3. 구빈법
구빈법의 주요내용은 빈민구제에 대한 책임을 교회가 아닌 정부가 지며 구빈을 위해 조세징수, 구빈의 재정과 행정을 담당하는 행정적 기관을 수립하였다. 또 노동력유무에 따라 분류를 하였는데 먼저 노동능력이 있는 자는 작업장으로, 노동능력이 없는 자는 최저한의 구제를 제공해주었다. 그리고 보호자가 없는 아동은 남자는 도제생활로 24세까지 장인에게 봉사하였으며 여자는 21세, 결혼까지 하녀에게서 양육되었다.
마지막으로 친족에 대한 부양책임을 강조하였다. 하지만 사회복지정책으로 제정하였던 구빈법에서 몇 가지 문제점들이 발생하였다. 그것은 바로 빈민을 위한 법이 아니라 빈민들을 분류하여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여겨졌다는 것이다. 이를 뒷받침 하는 근거로는 빈곤아동들은 거의 노예에 가까운 비참한 대우를 받았으며 모든 유형의 빈민을 구제할 능력을 가진 교구는 극소수였다. 또한 무보수의 구빈감독관은 성실하지 않았고 부패한 경우도 있었다. 따라서 법만 제정되었을 뿐 실상은 초라하기 짝이 없는 법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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