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의 탄생
그렇다면 우리가 이렇게 마시는 커피는 어떻게 발견되었는지가 궁금하다. 커피나무가 이 세상에 언제부터 있었는지, 사람들이 언제부터 커피를 마시기 시작했는지 정확히는 알 수 없다. 커피가 문헌상에 처음으로 언급된 것은 10세기경 아라비아의 의학자 라제스(Rhazes)가 저술한 의학 서적이다. 여기에는 커피나무 열매가 위장의 수축을 부드럽게 해주고 각성제로도 좋은 약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그 후 하나의 기호음료로 전환되어 즐겨 마시기 시작하였다. 커피에 대한 기원설은 여러 가지가 존재하나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칼디’와 ‘오마르’설이다.
칼디에 관한 설은 윌리엄 유커스(William Ukers)가 지은 『커피의 모든 것(All about coffee)』에 소개되어 있다. 7세기쯤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의 카파 지방에 칼디라는 염소 치는 소년이 살았다. 칼디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염소들을 돌보고 있었는데, 염소들이 그날따라 유난히 흥분하여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밤에는 잠을 자지 못하는 것을 발견하였다. 얌전했던 염소들이 갑작스레 흥분한 모습을 본 칼디는 그 뒤로 염소들의 행동을 주의 깊게 관찰했는데, 빨간 열매가 달린 커피나무 잎사귀를 따 먹었을 때 이러한 현상을 보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무에 열린 열매를 직접 먹어본 칼디는 신기하게 기분이 상쾌해지고, 팔팔해지는 것을 느꼈다. 이러한 사실이 가까운 이슬람 사원에 알려지면서 항상 시간에 쫓기고 피곤을 느끼던 승려들 사이에서 급속하게 퍼져나갔다. 그들에게 커피는 ‘잠을 쫓고 영혼을 맑게 해주는 신의 축복’같은 것이었다.
오마르에 관한 설은 1258년, 아라비아의 승려 셰이크 오마르(Sheik Omar)가 유배 중에 오사바라는 산으로 추방된 뒤 배고픔에 못 이겨 산속을 이리저리 헤매고 다니다가 우연히 새가 빨간 열매를 쪼아 먹는 것을 보고 자신도 그 열매를 따 먹은 데서 시작되었다. 빨간 커피 열매를 먹은 오마르는 금세 피로가 풀리고 심신에 활력이 되살아나는 것을 느끼고는 그 열매를 이용해 많은 환자들의 병을 낫게 해주었다. 이일로 오마르는 유배에서 풀려났고 이슬람 성자로 추대되었다.
커피의 발견에 관한 이 두 가지 일화 중 가장 일반적으로 인용되고 있는 것은 바로 ‘칼디’에 관한 설이다. 칼디가 커피나무를 발견했다는 ‘카파’ 지방이 ‘커피’라는 말의 어원이라는 주장이 있다. 이로써 에티오피아에서 맨 처음에 커피가 발견되었다는 것은 틀림이 없는 듯하다.
커피의 전파와 이식 경로
커피나무를 처음 발견한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에서 처음 재배한 홍해 건너 아라비아 남단에 위치한 예멘에 이르기까지 그 과정에 대한 문헌은 아직 발견된 것이 없다. 그러나 에티오피아가 525년에 아라비아를 침공할 때 참전했던 흑인 노예들이 비상식량으로 커피를 지니고 건너가 아라비아에서도 커피가 재배되지 않았을까 하는 설이 있다. 몇몇 역사학자들은 기원전 1000년경에 아프리카를 침략했던 노예상인들에 의해 이미 커피가 아라비아에 전파되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후 터키로 전해진 커피는 이슬람교도들이 즐겨 마셨지만 외부로의 유출은 철저히 금지되었다. 아라비아인들은 자신들의 커피를 지키기 위해 싹이 터서 발아할 수 있는 종자의 반출을 막고, 열매를 끓여 삶거나 불로 볶아 건조하지 않으면 가지고 나가지 못하게 하였다. 외국인들의 커피농장 방문도 금지하였으며, 호주머니에 몰래 원두나 묘목을 숨겨 달아나지 못하도록 감시하였다. 그러다가 1610년, 마침내 네덜란드의 한 상인이 의 순례자 바바 부단(Baba Budan)에 의해 밀반입된 일곱 개의 커피 종자를 입수하여 네덜란드의 온실에 뿌리를 내리게 하였다. 이후 70년 동안 네덜란드는 식민지였던 인도네시아의 대농장에서 커피를 재배하였고, 커피는 네덜란드의 가장 인기 있는 음료가 되었다.
십자군 원정에 의해 유럽에 소개되기 시작한 커피는 처음에는 이교도의 음료라 하여 배척을 받지만, 1615년부터 베니스 상인들에 의해 유럽에 본격적으로 퍼져 나가기 시작하면서 즐겨 마시는 인구가 늘게 되었다. 1645년에는 유럽 최초로 베니스에 커피하우스가 문을 열게 되었고 이어서 영국, 오스트리아,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곳곳에도 커피하우스가 생겨났다. 1668년에는 영국으로부터 미국 버지니아 지방에 커피가 전파 된 후 곧바로 뉴욕, 필라델피아, 보스턴 등에 커피하우스가 문을 열었다.
1714년, 암스테르담 시장이 루이 14세에게 커피나무를 선물하면서 커피는 프랑스 땅에 처음으로 진출하였다. 그러나 프랑스가 본격적으로 커피를 재배할 수 이게 된 것은 노르망디 출신의 젊은 군인 클리외(Clieu)의 공이 컸다. 파리에서 휴가를 보내던 클리외는 루이 14세의 정원에서 커피 묘목을 몇 그루 얻게 된다. 휴가가 끝나고 자신이 근무하던 프랑스령 식민지인 마르티니크 섬으로 가는 배 안에서 갈증으로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순간에도, 자신이 먹을 물을 커피나무에게 양보하면서 끝내 커피나무를 살려 신대륙에 도착했다고 한다.
커피나무를 보호하기 위해 울타리를 치고 노예들로 하여금 지키게 하며 정성껏 돌본 결과 나무의 수는 점차 늘어났고 1726년에는 첫 수확에 성공한다. 이곳에서 자란 커피나무는 훗날 프랑스령 기아나로 옮겨져 더욱 번성하게 된다. 프랑스령 기아나의 총독 부인은 커피 묘목을 얻기 위해 의도적으로 접근한 스페인 연대장에게 매료되어 화려한 꽃다발 속에 커피 묘목을 숨겨 선물하고 만다. 그 묘목이 콜롬비아에 뿌리를 내리고, 이어 브라질로 퍼져 나가 이 두 나라를 오늘날 세계 최대의 커피 생산국으로 만들었다.
세계의 커피 문화
커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는 카페가 등장하면서 아라비아 반도의 메카를 중심으로 카이로와 아덴 등의 도시에서도 차츰 카페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터키가 아라비아 반도와 유럽의 일부 나라를 지배한 16세기에 커피는 이스탄불을 거쳐 유럽으로 전파되면서 카페는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공간이 안라 음악과 춤, 활발한 토론을 나누는 문화공간으로 변모해 갔다. 17~18세기 무렵에는 영국의 런던을 중심으로 3,000여 개의 커피하우스가 생겨나 일종의 사교 공간으로 자리 잡는가 하면, 프랑스 파리에서는 휴식과 만남의 장소이자 토론의 공간으로 새로운 예술 사조와 사상이 탄생하는 계기가 되었다.
커피와 카페는 주로 지식인들을 비롯하여 예술가들을 위한 기호식품이자 문화공간이었다. 그러다가 20세기에 접어들면서 커피와 함께 카페는 일반 대중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널리 보급되기 시작하였다. 커피를 생활의 기호품으로 언제 어디서나 즐기게 되면서 커피 문화는 그 나라의 생활문화와 식습관에 의해 변화되기도 하였다. 그러면서 나름의 커피 스타일을 갖게 되었다.
아라비아 반도의 경우 남자가 직접 커피를 추출해서 대접하는 문화가 있었다. 실제로 터키에서는 아침마다 남자가 생콩을 볶아 커피가루와 물을 섞어 대접했다. 맞선을 본 남자가 여자 집을 방문했을 때 커피를 대접하지 않으면 결혼을 거절한 것으로 여기기도 했다. 이 때 나온 커피가 술탄커피(Sultan coffee)인데, 술탄커피는 씨를 발라내지 않은 커피 열매를 그대로 말려 빻아서 만든 커피로 걸쭉하게 마신다. 유럽인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커피를 즐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도의 산업화로 인해 빨리 추출해 마시는 에스프레소 커피가 발전했는가 하면, 코스 요리의 거북함을 줄이기 위해 진한 에스프레소 커피를 즐겨 마시기도 하였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하루 세 차례커피 브레이크를 가지는데, 아침엔 카페라테, 점심엔 에스프레소 도피오, 저녁엔 카푸치노를 마실 만큼 커피를 즐긴다.
미국인들은 유럽에 비해 묽은 커피를 마시는 편이고, 전체 인구의 65%가 아침에 커피를 마신다. 아무래도 식생활이 육류 중심이다 보니 느끼함을 없애기 위해 커피를 자주 그리고 많이 마시는 식습관을 가지고 있다. 일본은 차 문화만큼이나 오랜 커피 문화를 가지고 있다. 1980년대 중반부터 인스턴트커피보다 원두커피의 소비량이 늘어난 것과 커피 볶는 가게가 3,000여 개에 이르는 것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일본인들은 나만의 것, 최고의 것을 누린다는 의미에서 블루마운틴을 즐기는 편이며, 전 세계 블루마운틴 생산량의 90%를 소비하는 나라이기도 하다. 또한 간편하게 즐기는 캔 커피가 가장 발달한 나라이기도 한데, 남에게 민폐를 끼치기 싫어하는 민족성이 커피 문화에 그대로 나타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세계의 대표 커피
1. 루왁 커피
일단 루왁 커피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서는 루왁 커피의 근원이 사향고양이의 배설물이기 때문에 사향고양이에 대해서부터 알아 볼 필요가 있다. 루왁(luwak)은 현지어로 우리 말레이사향고양이를 뜻하는 단어이다. 사향고양이는 인도네시아의 수마트라, 자바, 술라웨시 및 필리핀과 동티모르에서 서식하는 고양이 이다. 이 말레이사향고양이는 곤충, 소형 포유류, 소형 파충류, 새의 알, 과일등과 함께 커피 열매도 먹이로 섭취하는 고양이 이다. 말레이사향고양이가 섭취한 커피 열매가 고양이의 소화 기관을 거치는 과정에서 외피와 과육이 제거되고 커피 원두만 남고 배설물로 나오게 된다. 배설물로 나온 커피콩은 세척 과정을 거치고, 커피의 복잡한 향미를 잃지 않을 수준에서 가볍게 볶아진다. 이런 과정을 거친 루왁 커피는 커피의 쓴맛이 순해지고 사향고양이의 특유의 향이 결합되면서, 기존의 커피와 조금 다른 향의 맛이 난다고 한다.
사향고양이의 배설물로 커피를 만들다보니 엄청난 희소성과 고급스러운 맛 때문에 가격이 엄청 비싸다. 다른 원두커피에 비해 몇 십배, 몇 백배까지 하는 이러한 가격 때문에 최고급 커피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다만 이 루왁 커피에는 슬픈 진실들이 있다. 초기에 자연산 사향고양이의 배설물로 만들었던 커피가 수요가 많아지면서 인간의 이기심에 의해 사향고양이를 잡아서 좁은 철장에 가둔 다음 커피 열매 만 먹여서 배설물을 얻어내고 있다. 사향고양이의 주식은 커피 열매만이 아닌 앞에 설명한 여러 가지 주식 중 하나일 뿐이다. 또 철장도 매우 좁아서 움직일 공간도 없어 사향고양이는 스트레스를 받고 생산 능력이 떨어지고 결국 영양 부족으로 죽고 만다고 한다. 맛도 좋고 희귀하지만 인간의 이기심에 의하여 불편한 진실을 갖고 있는 루왁 커피이다.
처음에는 동물의 배설물로 커피를 만든다는 사실에 흥미로웠고 호기심을 갖고 정보를 수집한 루왁 커피였지만 이 커피에 대한 내용을 알면 알수록 씁슬해지는 커피였다. 인간의 이기심.. 정말 끝도 없는 것 같다. 자연 상태에서 얻어진 소량의 루왁 커피는 세계 대표 커피의 자격이 있지만 이처럼 무분별한 사육과 동물학대로 인한 루왁 커피는 절 때 사서도 마셔서도 안 되다는 것이다.
2. 세인트 헬레나(St.Helena) 커피
St.Helena 아일랜드는 아프리카 대륙 서쪽 기슭에서 약 1900km 떨어진 남대서양에 위치한 화산성의 섬으로 해안에는 벼랑이 많고 열대에 위치하면서도 무역풍과 해류의 영향으로 기후가 쾌적한 천혜의 섬이라고도 불리는 섬이다. 이 섬은 인구가 약 6000명으로 소규모 도시라서 정식 공항이 부재하여 자유로운 무역이 불가능하다. 커피도 마찬가지로 작은 항공기를 이용하여 조금씩 소규모로 거래되고 있다. 워낙 대륙과 멀리 떨어져 있는 이유로 인하여 세인트헬레나 섬에서 재배되는 커피는 브르봉종으로 원종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런 특성 때문에 헬레나 커피의 희귀성은 다른 커피에 비해 매우 높다 할 수 있는데 세인트헬레나 섬 전체에서 품질이 우수한 등급의 경우 연간 생산량이 약 200kg내외이기 때문이다. 세인트헬레나 섬에서 재배되는 커피의 경우 이미 재배 당시부터 영국의 왕실과 귀족을 위해 전량 판매가 완료되기에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커피이다.(아주소량 40kg 정도만 일본으로 수출 된다고 한다.)
이 커피의 유명한 일화 중 하나는 나폴레옹에 관한 이야기이다. 나폴레옹은 군인 공식 음료를 커피로 지정 할 만큼 커피광으로 유명하였다고 한다. 1915년 워컬루전투에서 영국에 패하여 세인트헬레나 섬에 유배된 이후 이곳에서 생을 마감 했기 떄문에 세인트헬레나 섬은 나폴레옹제국의 여명이라고도 불리는 섬이다. 나폴레옹은 이 섬에서 쓸만한 것은 커피뿐이라고 말하였다 하며, 임종 직전에도 세인트헬레나 커피를 찾았다는 일화가 있다. 이 커피의 맛은 달콤한 레몬향과 과일향, 부드럽고 섬세한 느낌의 달콤함, 입안에 오랫동안 머물고 있는 산뜻한 산미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1년에 200kg 내외 밖에 생산되고 그 마저도 영국 황실로 바로 들어간다... 이 커피는 아무래도 우리와는 다른 세상에 있는 커피인 것 같다고 생각 했다. 돈 주고 먹어 보고 싶어도 먹을 수 없는 커피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외부와 고립된 섬에서 나고 이 커피의 생산 과정 등이 매우 흥미로운 커피였다. 무엇보다 이 헬레네 섬에 한번 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3. 파나마 게이샤 커피
이 커피는 헬레나 커피처럼 오래된 전통을 가진 커피는 아니다. 2004년 파나마 커피경진대회에서 커피 점수를 매기기 위해 커피를 시음하던 심사위원들은 한 커피를 마시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중남미 지역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맛을 내는 이 커피를 보고 심사위원들은 “커피잔 안에서 신의 얼굴을 보았다”라고 표현할 정도였다고 한다. 게이샤 커피는 일본 기녀를 뜻하는 말과 발음이 같지만 전혀 관계가 없고 에티오피아 서남쪽 카파지역의 마지에 위치한 게이샤(Geisha)숲에서 자라던 커피품종을 뜻한다. 이 커피는 농장 속 작은 계곡 지역에서 자라던 게이샤 품종의 나무에서 수확한 소량의 생두에서 얻은 것으로 극히 소량만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이런 희소성 때문에 앞에 두 커피와 마찬가지로 가격은 해가 거듭될수록 뛰고 뛰어서 지금은 최고가 커피 중에 하나가 되었다고 한다.
이 커피의 신비로움은 실제 게이샤에는 이 농장에서 자라는 나무와 같은 품종의 나무는 없다는 것이다. 이 농장은 한 미국 은행가 사람이 은퇴 후 노후를 보낼 목적으로 파나마 보케트 지방에 구입한 농장이다. 처음에는 목장으로 사용하였지만 1987년 커피나무를 심어 커피를 생산하기 시작했고 이웃한 커피농장을 다 사들였는데 거기에 파나마 게이샤 커피가 있었다. 이 커피가 유명해지고 실제 에티오피아 게이샤 지방에 가서 조사해 보니 파나마의 게이샤 나무와 같은 모양의 나무는 없었다는 결과가 나와 이 커피를 더울 신비롭게 해주었다.
신의 커피라고도 불리는 이 게이샤 커피의 맛은 전반적으로 중남미 지역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맛, 동아프리카 커피 같은 화사한 꽃 향기가 풍기고, 과일향이 뛰어나고 감귤을 연상케 하는 산뜻한 신맛이 뛰어나며 상대적으로 가벼운 바디감이 독특한 향미를 만들어낸다고 한다. 앞의 두 개의 커피와는 달리 그냥 신비로움보다는 커피의 희소성이 큰 역할을 하지 않았나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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