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상스 음악(1450~1600)
1450년부터 1600년대에 이르는 시기를 음악사적 '르네상스'라고 부른다. 이 말은 중세 말에 대한 '고딕'이나 '바로크'와 같이 미술사에서 빌려온 용어이다. 이 말의 문자대로의 의미는 '재 탄생'으로서, 고대 문화의 부흥을 뜻하는 말이었다. 미술등 문예의 경우에는 많은 부활을 보였지만 음악에서는 이와 같은 의미의 '재 탄생'은 없었다. 그러나 넓은 의미의 르네상스는 인간정신의 재 탄생으로서 인본주의적 예술창작 태도, 조화 및 비례의 중시, 합리적인 기법의 탐구, 명확한 표현 등이 그 중심 내용이므로 음악에서의 이런 양식상의 특징이 확연히 나타나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즉, 음 연이 현저히 넓어지고, 새로운 음 공간이 개척 된 것은 회화에 있어서 원근법과 비길 수 있으며, 악보 인쇄술의 발명과, 정량 기보법의 보급은 르네상스 의 과학정신과 관련된다.
이 시기에 있어서 음악은 그 어떤 시기보다도 많은 음악이 작곡되고 연주되어 음악가들은 전보다 높은 명성 을 얻었으며, 마침내 '위대한 작곡가'라는 개념이 처음으로 등장하게된다. 또한 음악에 관한 새로운 종류의 이론 서적이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르네상스 기간에 있어서 음악의 성장에 가장 큰 공로 중 하나는 바로 음악 인쇄의 시작일 것이다. 또한 16세기 초에는 음악을 작곡하는 방법에 변화가 이루어졌는데, 즉 지금까지는 한 성부씩 작곡하여 왔으나 여러 성부를 하나의 전체로서 동시에 생각해 내고 쓰기 시작하여 총보(SCORE)를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중세의 이상적인 음향은 3성부의 대조되는 음색으로 이루어진 반면, 르네상스의 이상적인 음향은 같은 종류 의 비슷한 음색과 동등한 중요성을 갖는 넷 이상의 성부로 이루어진 무반주 성악 앙상블 즉, 아카펠라(ACA PELLA)이었다. 이 시대는 모방기법의 체계적 고용으로 각 성부들은 모방 대위법의 짜임새 안에서 동등하게 음악적 동기들을 소개한다는 점에서 각 성부들은 동등한 중요성을 가지게 된 것이다. 음악은 가사에 더욱 밀착되어 가사의 의미를 음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음화(Tone painting) 즉, 무지카 레세 르바타(Musica reservata)라고 부르는 형식이 되거나, 가사에서 더욱 독립되어 기악 음악을 대두시켰다.
이 시대의 최초로 언급해야 될 작곡가는 플랑드로 악파의 거장인 요하네스 옥케켐(Ockeghem)으로 창작에 관계되는 여러가지 새로운 아이디어를 고안해냈다. 이외에도 무지카 레세르바타의 선구적 역활을 한 조스켕 데 프레, 종교음악의 대가 팔레스트리나, 오를란도 디라소, 그리고 영국이 낳은 최고의 음악가인 월리암 버드 바로크의 징검다리 역할을 한 베니스 악파의 거장 조반니 가브리엘리 등이 대표적인 작곡가들이다. 그 중 조스캥 데 프레는 모든 시대를 통틀어 가장 위대했던 사람들 중의 하나라고 불려진다.
이 시대의 중요한 음악형식은 여전히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미사, 모테트, 샹송 등이었다. 특히 작곡가들은 가사의 선택이 자유로운 모테트에 더욱 큰 흥미를 가졌으므로 모테트가 많이 작곡되었다. 16세기 초반에 이르러 모테트는 가장 인기있는 종교음악 형식이 되었다. 그러나 모테트의 창작기법은 기본적으로 미사의 창작기법과 동일하였다. 미사와 마찬가지로 정선율로 사용하기 위해 기존하는 선율을 차용하거나 그 밖의 다른 음악 재료들은 빌려서 인용하거나 장식하는 일이 흔하였다. 미사는 샹송을 이용한 패러디(parody) 기법을 자주 사용하였다.
인용 기법과 패러디는 16세기 미사에서 가장 유행했던 창작기법이다. 오케겜을 비롯한 15세기 후반의 작곡가들이 선호한 네덜란드 카논(Netherland Canon)은 점차 사라지기 시작하였고, 16세기 초반에는 짧은 악구에 의한 모방 기법이 일반적으로 애용되었다. 악상의 대조를 위한 방법으로는 전체 성부 중의 일부를 생략하고 2성부나 3성부만을 사용하여 전체 성부들과 대조를 이루게 하는 기법이 사용되었다. 일반적으로 종교음악은 4성부이지만 5성부나 6성부도 자주 나타났다. 각 성부들은 동등한 중요성을 가지며 음역은 낮은 음역까지 확대되어 전체적으로 음역의 폭이 넓어졌다. 세속음악은 대치적으로 3성부인데 윗선율을 노래하고 아랫성부들은 악기로 연주하는 독창 형태로 연주되었으며 때때로 샹송을 악기로 연주하는 기악음악 형태로 작품화되기도 하였다.
16세기의 음악은 기본적으로 교회선법에 기초하고 있지만, 최종 종지의 화성진행은 조성 체계로 볼 때 딸림조(dominant)에서 으뜸조(tonic)로 진행하는 음악이 대다수였다. 오브레히트의 에올리안(Aeolian) 선법에 나타나는 조성감, 무지카 픽타(musica ficta)에 의한 반음계적 화성으로 인해 발생하는 이끈음 등은 선법이 점차 조성적 진행을 내재하는 체계로 가고 있음을 알 수 있게 한다. 플랑드르 악파의 마지막 주요 인물로는 조스캥을 꼽는다. 그는 주제를 사용한 모방 대위법 구조, 성부 간의 대조, 불협화음을 사용한 근대적 화성, 가사의 내용에 따라 음악적 표현을 달리하는 무지카 레제르바타(musica reservata)기법을 통하여 르네상스의 음악을 중세 음악으로부터 독립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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