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체제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과 서방진영, 소련과 동방진영 간의 극심했던, 하지만 얼음장 같았던 극도의 긴장 속 대립상태를 말한다. 냉전(Cold War)은 일차적으로는 ‘두 개의 양립할 수 없는 세계관이 상호 경쟁적인 사회체제론을 바탕으로 전개한 대립’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냉전 시대라 함은 194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를 의미하는데, 이 시기에 두 진영 간의 직접적인 군사적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군사적인 영역을 포함한 정치, 경제, 외교, 이데올로기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서 극심한 대립이 일어났었다. 2차 세계대전은 종전의 1차 세계대전보다 이데올로기적 성격이 강했던 전쟁이었는데, 나치 타도라는 전쟁 최대의 목적을 달성한 뒤에는 미국과 소련 두 국가가 서로 멀어지며 결과적으로 국제적인 동서간의 냉전을 가져오게 된 것이다.
1945년 영, 미, 소의 대표가 모여 얄타회담을 결성하고 비밀리에 소련의 대일참전에 관한 비밀협정도 체결하였다. 그 해 7월에 포츠담 선언을 개최하게 되는데, 이는 일본의 항복을 권고하기 위한 선언이었으나 일본은 이를 거절함에 따라 일본은 미국에 의해 원자폭탄을 투하당하고, 항복한다.
이후 1945년 9월 모스크바에서 3상 회의가 소집되게 되는데, 이 회의에서 소련은 미국에게 원자 기술을 넘겨달라는 조금은 무리한 주장을 하며 미국을 비난했고, 이를 넘겨줄 수 없다는 미국과의 대립은 미, 소간의 불화를 촉진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그에 더해 1946년에는 스탈린이 라디오 연설을 하였는데, 그 내용인 즉, 자본주의와 공산주의는 근본적으로 양립할 수 없음을 밝혔다. 이는 국가의 원수가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간에는 대립이 존재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공식화한 일이었다. 같은 해 미국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바루치 플랜을 발표한다.
스탈린의 연설과 더불어 바루치 플랜의 발표는 냉전의 시초가 된 사건들이라 할 수 있는데, 훗날 핵무기의 존재가 서로간의 무력 충돌이 아닌 그 충돌을 저지할 보증 수단으로써의 역할을 수행했다는 것이다.
이는 모두가 핵전쟁이 발발하면 누구도 승리자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고, 물론 무장 경쟁은 계속되었으나 소련이 ‘스푸트니크’ (1957년 10월 4일) 라는 인공위성의 발사에 성공함에 따라 우주 산업이 미국과 소련의 새로운 전쟁터가 되는 새 발판을 제공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 과도한 군비전쟁은 곧 소련의 몰락에 있어 한 가지 주요한 원인이 되기도 한다.
1947년은 미국과 소련의 대립관계를 더욱 악화시키는 해가 되었다. "무장을 하고 있는 소수 공산세력과 이를 지원해 주며, 정복을 획책하고 있는 나라에 대해 저항을 하고 있는 여러 자유 국가들을 지원해 주는 것이 미국의 정책이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는 미국의 트루먼 독트린 정책*과 ‘마샬플랜‘ 이라는 경제적 지원, 팽창계획은 공식으로 유럽의 재건과 미국과 서구 결속이라는 목표를 확실히 한다. 즉시, 소련은 소련을 중심으로 동유럽 9개국과 코민포름을 형성하여 공산주의자들의 결속을 다지는 한편 미국의 마샬플랜에 대항하고, 런던 연합군 외상회의 이후에는 결국 유럽이 동서로 완전히 갈라서게 된다.
*독트린(Doctrine) :국제 사회에서 한 나라가 공식적으로 내세우는 정책상의 원칙
이로써 ‘양 진영론’은 공식화 되고, 소련에 의한 베를린 봉쇄 사건과 한국 전쟁은 동서의 대립을 결정적으로 촉진하는 사건이 되었다. 소련의 베를린 봉쇄 때 서방 입장에서는 베를린을 포기하는 것은 곧 냉전의 패배로 여겨졌고, 베를린을 위해 전쟁도 불사한다는 의사가 있음을 보임으로써 이곳은 상징적인 곳이 됨과 동시에 냉전이 맺은 하나의 결과적인 사건이라 할 수 있겠다. 베를린 봉쇄가 해제 된 뒤에 한국에서 베를린과 다를 바 없는 상황 속에서 대리 전쟁이 발발하였으며, 이는 양측에 아무 득도 없이 엄청난 희생자만 남긴 채 끝이 난다.
이와 동시에 세계 각지에서는 새로운 이해관계에 의해 열전(Hot war)이 일어나고 있었다. 북한은 스탈린주의로, 소련의 지원 아래 이란에서는 분리주의자들이 독립정부를 선포하고, 그리스는 내전을 겪었으며, 중국에선 마오쩌둥의 혁명이 성공했고 베트남에선 호치민이 이름을 떨치고 있었다. 이에 미국은 공산주의의 팽창을 묵인할 경우 자유를 상실할 것이라는 주장과 함께 그들에 대한 거부를 공식화하는 한편, 공산주의 국가 내의 반체제 세력을 지원하고 체제 전북을 조장하는 등 소련의 팽창을 막고자 했다. 하지만 양측의 이러한 노력들은 결국 국가 간의 대립만 심화시킬 뿐이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북대서양 조약기구(NATO)의 등장, 이에 대항하기 위한 소련의 바르샤바 조약기구(WTO) 창설, 이것은 그들 간의 유대를 강화하는 한편 상대편과의 대립을 더욱 심화하게 되었다. 이러한 일련의 역사적 사건들을 계기로, 유럽의 서방과 소련의 동방간의 냉전은 시작되었다.
미국의 행동, 소련의 행동, 유럽의 혼선 등 냉전의 원인에는 다양한 것들이 있었고 냉전 속에 각각의 두 나라가 세계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기 위한 상이한 정책이 점차 현실화되고 확장되면서 양측 간에 피할 수 없는 충돌과 갈등을 불러온 것이다. 그리고 곧 이것이 국제화 되면서 ‘국제적인 냉전시대‘가 된 것이다.
냉전 시대의 개막 이후 약 40여 년 동안 급속하게 퍼져나간다. 핵은 물론이요, 정치, 경제, 기술, 과학, 문화, 사회, 이데올로기 등 사회 전반에 걸친 모든 부분에서 대립의 양상은 심화되고, 타협이 없는 양측의 입장은 그 대립을 더욱 더 깊은 골로 빠지게 했다. 특히 군사적 목적의 연구를 중심으로 한 거대과학이 발달하면서 방사선과 같은 새로운 분야의 연구가 활성화 되고 산업사회 이후의 또 다른 발전을 가져오게 한다. 오늘날 일반인들을 위해 이용되는 많은 과학적 성과들이 이 냉전기 경쟁적 군사기술 발전의 결과물이라는 것은 아주 흥미로운 부분이다. 또, 군비 경쟁이 가져오는 막대한 경제적 부담이 소련 몰락의 주요한 원인중 하나라는 것도 흥미로운 사실이다.
이후 냉전은 미국과 소련만이 아닌 본격적으로 국제적인 성격을 갖기 시작하는데 서베를린의 동독 편입을 강요하는 제 2차 베를린 위기는 서베를린에 장벽을 축조되는 사건으로 일단락되었다. 미국은 겉으로는 서독의 각종 권리를 보장해주었지만 실제적으론 현상 유지에 목적을 두었고 이는 제 3세계로 냉전이 확장됨을 나타내는 순간이었다.
이후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등등에서 각종 크고 작은 갈등이 벌어졌다. 쿠바의 혁명 때는 미국과 소련의 핵전쟁 직전의 위기까지 상황이 악화된 적도 있었다.
하지만 냉전이 언제나 긴장 속에 있었던 것은 아니고 때로는 협상이 타협이 진행되기도 하였다. 1960년대 이후 협상의 초점은 그들의 자국의 안보를 위협하지 않는 선에서 정치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려는 방향으로 이루어졌다. 이후 1990년대 초 냉전시대가 막을 내릴 때 까지 긴장과 완화가 계속되며, 수많은 회담과 갈등, 정책적 변화가 마구 뒤섞인 시대가 계속된다. 서로간의 군비경쟁과 공격무기의 제한에 서명을 하는가 하면, '사회주의 진영의 어느 나라든 그 생존이 위협받았을 때는 사회주의 진영 전체에 대한 위협으로 보고 다른 사회주의 국가는 이에 개입할 권리를 가진다.' 브레즈네프 독트린을 선언하고 중유럽에 미사일을 배치하면서 긴장 완화가 다시 긴장을 하기도 했다.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은 냉전의 새로운 시작을 알렸고, 미국은 레이건의 집권과 동시에 ‘힘에 의한 평화’ 정책을 통해 공산주의를 ‘악’ 으로 규정하고 또다시 50년대의 정책의 부활을 알린다. 미국은 전 세계에 공격주의적 성향을 다시 알렸고, 결국 소련은 1989년 아프가니스탄에서 완전히 철수한다. 이후에 미국은 평화, 독재자의 근절을 주장하며 그라나다, 온두라스, 레바논, 파나마, 쿠웨이트 등을 침공한다. 하지만 1980년대 이후 냉전에 대한 사람들의 새로운 인식이 생겨나면서, 독일에서는 다양한 집단이 함께하는 반미적 평화운동이 시작되고 미국인들조차 냉전 시대에 대해 불만 섞인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평화운동은 군비 축소와 핵무장 중지를 요구했고, 미국의 여론은 타협을 요구하며 냉전의 종식을 갈망했다.
그 종식의 상징적인 사건이 바로 독일의 통일인 것이다. 당시의 동독은 심각한 경제난을 겪고 있었고 바로 옆의 서독과 비교가 될 정도였다. 동독 주민들은 급기야 동독을 탈출해 서독으로 넘어가기 시작했고, 이는 동독 체제의 붕괴와 함께 동, 서독의 통일을 가져왔다. 그런데 냉전의 종식을 알리는 이 사건의 과정이 참 재미있다.
세계사이야기 | 독일 통일의 이해
민주주의는 사람들의 요구에 반응하고 평범한 일상에 기여해야 한다. 즉, 구체적이고 실용적 대안을 확대해야 한다. - 빌리 브란트 (전 독일 총리) 2차 세계 대전이 끝난 1945년 독일은 패...
greenchem.tistory.com
동독인들은 여행과 다른 나라로의 거주 이전에 관환 임시 규정 결의안에서 동독인들이 제3국을 통해 국가를 이탈하는 것을 절차를 통해 질서 있게 이루어지도록 통제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동독이 ‘사적인 여행은 바로 승인 받을 수 있고 해외 이주를 위한 비자도 지체 없이 교부 될 것’이라고 공표한 순간, 수천 명의 동독인들이 베를린 국경통과소로 몰려들었고 그곳 관리인들은 그들을 감당하지 못해 차단기를 열게 된 것이다. 결국 국경은 개방되었고 냉전의 상징과도 같은 장벽은 무너졌다. 1990년 3월, 자유선거를 통해 독일연합이 승리했고, 5월에는 제도적인 완전한 통일을 이루어 낼 수 있었다. 2차 세계 대전의 시발점이자 분 냉정의 상징이었던 독일이, 냉전시대의의 종식의 상징이 되게 된 것이다. 더욱이 독일의 통일로 가장 큰 충격을 받은 소련은 당시 고르바초프의 등장과 그의 정치이념과 더불어 이제는 세계가 냉전의 종식에 이르는 길로 들어서고 있는 듯 한 느낌을 갖게 했다.
고르바초프는 2차 세계대전을 겪지 않은 총서기였다. 그것이 그의 인간적인 사상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아무튼 그는 소련 전당대회에서 획일화된 공산주의 국가에서는 충격적이라 할 수 있는 ‘개혁’과 ‘개방’을 표방했다. 취임 다음날 미사일 문제를 포함한 군비 제한 회담을 재개할 정도로 의욕적인 인물이었던 것 같다. 그는 미국과 서방진영에 비춰볼 때, 절대적인 열세에 있다는 것을 잘 알고 그것을 부인하기 보다는 받아들이고 인정했다. 때문에 소련의 경제를 부흥하고자 하였고 그것을 도모할 수단으로 개혁과 개방을 삼은 것이다.
군비 축소와 기존의 정치 틀을 개혁하려 하는 등, 언제나 획일화된 모습을 보이는 공산주의 국가의 입장에서 보면 상당히 의미 있는 정책을 추구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또, 고르바초프는 미국 소련 간 군축회담을 이끌어 냈다. 핵은 군사력의 상징이자 위협의 수단, 또 전쟁을 억지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 또 소련이 쏘아올린 스푸트니크 위성은 미국 소련 간 우주개발 경쟁을 절정으로 치닫게 했는데 결과적으로 이러한 미국과 소련의 국방력 대결은 자본에서 우위를 점한 미국의 우세가 당연한 것이었다. 그리하여 소련은 군축회담을 통해 어떠한 변화를 꾀하고자 했다.
냉전의 종식에 가장 결정적이고 중요한 것은 고르바초프의 ‘신사고’ 정책이었다고 생각한다. 미국과 소련간의 격렬한 대립은 서로에게 이득 될 것은 없으며 결국엔 핵전쟁으로 양 측 모두가 소멸할 수 있음을 경고, 군사적 수단으로서의 핵을 최소한의 방어 수단으로만 삼자는 주장이었다. 또 다른 하나가 큰 의미를 가지는데, 그것은 소련의 공산주의의 팽창 정책이 결코 자국에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손해가 크다는 내용이었다. 동유럽 국가들에 대한 팽창정책과 그들에 대한 지원이 가져다주는 이득이 그들의 투자에 의한 득보다 실이 더 극심하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사회주의를 건설해야 한다는 소련의 정책은 쿠바, 아프리카, 동아시아의 공산주의 국가에 대한 지원을 축소하거나 중단했고, 이는 몇몇 국가에겐 개혁의 압박으로 작용하기도 했을 것이다.
이러한 정책에 따라 소련은 더 이상 공산주의 사회체제를 강요할 이유가 없어졌다. '사회주의 진영의 어느 나라든 그 생존이 위협받았을 때는 사회주의 진영 전체에 대한 위협으로 보고 다른 사회주의 국가는 이에 개입할 권리를 가진다.'는 소련의 브레즈네프 독트린 정책을 고르바초프는 폐기했다. 이 같은 고르바초프의 정책이 소련 및 동방진영의 공산주의 체제의 국가의 붕괴를 초래하였고, 소련의 그늘 아래 있던 국가들이 해체를 겪게 되었으며, 그로 인하여 결국엔 공산주의 국가의 우두머리라고 할 수 있는 소련은 붕괴했다. 그래서 40여 년간 세계를 극도의 긴장 속에 둘로 갈라놓았던 냉전의 시대는 종식되었고, 세계는 새로운 세상을 맞게 되었다.
이러한 역사의 흐름을 겪으며 2차 세계대전 이후 전례 없는 번영을 누렸던 미국은 냉전의 종식과 냉전시대에서의 승리 이후 현재 세계 최선진국으로써의 입지를 확고히 했고 그 영향력은 막을 세력이 없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막강해졌다. 한편으로는 유럽에서 나타난 EU나 일본, 중국 등은 타도 미국을 외치며 이를 갈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미국의 경제력과 영향력에 대응할 수 있을 역량과 자질을 가진 연합, 국가로 평가받고 있고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냉전 이후에도 세계는 종교와 민족을 근거로 한 수 없는 전쟁을 겪고 있고 정보화 사회로의 진입에 따라 세계는 변화하고 또 다른 경쟁을 하고 있다.
냉전은 2차 세계대전 이후에 미국과 소련뿐만 아니라 전 동방진영과 서방진영을 이분법적으로 갈라놓고 전 세계를 복잡한 이데올로기와 사상적 대립 속에 긴장 속으로 몰아넣었던, 어찌 보면 가슴 아픈 시기였다. 그리고 그 대립의 결과는 소련의 몰락과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