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호탕 이야기
“그윽한 향과 신 맛이 짐의 식욕을 돋우는구나. 대신들도 한번 맛 보게나.”
조선 후기 학자 홍석모가 지은 동국세시기에 나오는, 단옷날 왕과 신하의 정겨운 모습이다. 신하들에게 나눠준 것은 ‘제왕의 음료’로 통하는 제호탕이다.
민가에서는 더운 여름날 칡뿌리, 오미자, 인삼이나 맥문동등 을 달여 마셨었는데 궁중에서는 제호탕을 최고로 여겼다고 합니다. 제호탕은 오매육과 사인, 백단향, 초과 등을 곱게 빻은 다음 꿀에 버물려 끊였다가 냉수에 타서 마시면 여름에 더위를 이기고, 보신도 하는 청량음료입니다. 중국에서는 이 제호에 관한 해석이 약간 다른데, 우유를 정제한 음료 혹은 치즈 같은 것들로 불리고 자양성분이 많아 여름철뿐만 아니라 기를 북돋아주는 데는 으뜸인 음식물로 기록이 되어있습니다.
제호탕은 맛은 물론 약성도 뛰어난 음료다. 한방에선 땀을 많이 흘려 기력이 쇠진해진 사람에게 제호탕을 찬 물에 타 마시라고 권한다. 마시면 단오절부터 여름 내내 더위를 타지 않고 건강하게 지낼 수 있다고 여겨서다. 요즘도 청량 음료 대신 마시면 금세 갈증이 풀리고 가슴 속이 시원해지며 향기가 오래 간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제호탕이라 하여서 단옷날 내의원에서 임금님께 올린 음료로 기록이 되어있고, 갈증을 풀어주는 목적으로 여름을 잘 날수 있도록 처방한 약과 같은 음료였습니다. 즉, 오매 즉 검은 매실이 들어있어서 오매의 효력을 최대치로 끌어 올린 그런 음료수라고 할 수 있겠습 니다.
"조선시대에는 단옷날 내의원(內醫院)에서 제호탕(醍醐湯)을 만들어 진상했고, 임금은 이것을 대신들이나 기로소(耆老所)에 하사했다. 제호탕은 더위를 이기고 갈증을 해소하며 보신하기 위해 마시는 전통청량음료이다. 오매육(烏梅肉), 사인(砂仁), 초과(草果), 백단향(白壇香)을 가루로 내어 꿀에 재워 중탕으로 달여서 응고상태로 두었다가 냉수에 타서 마시는데, 주로 단오절에 많이 마신다."
오매(烏梅) 이야기
오매, 오매라는 이름은 약간 생소하시죠, 오매라고 한다면 청 매실 그러니까 덜 익은 매실을 매연으로 훈증해서 만드는 약재를 얘기를 하는데, 이 오매는 한국이나 중국에서 공통된 약재로 상당히 많이 쓰이고 있습 니다. 이 오매의 효능으로는 수렴작용을 예로 들 수가 있는데 수렴작용을 한다 라고 하면 안으로 모으는 겁니다.
사람의 기를 안으로 모으는 그런 작용을 하 고, 밖으로 내뱉는 기침이나 설사 이런 데 특효약으로 전해져 오고 있습니다. 또 진액부족으로 인한 갈증해소의 특효약으로 알려져 있고, 그래서 궁중에서는 단옷날 제호탕을 진상하기도 했습니다. 오매의 약으로서의 큰 효능은 면역력 증강, 항균작용 같은 것들이 있고, 오매의 다른 이름은 흑오매 혹은 훈증해서 얻은 열매라 해서 훈매라고 하기도 합니다.
제호탕과 한음 이덕형
조선시대에 제호탕에 관한 에피소드가 있는데, 재미있 다기보다는 약간 슬픕니다. 어떤 여인이 제호탕 때문에 실연하게 된 슬픈 이야기입니다.
임진왜란 시절에 한음 이덕형이 영의정에 올라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시절에 영의정의 직책에 있으면서 전시상황으로 굉장히 분주했습니다. 그래 서 집까지 내려갈 시간이 마땅치 않아서 대궐 가까이에 집을 하나 마련하고 소실을 두었습니다. 어느 여름날 더위에 허덕이다가 식사도 할 겸 소실의 얼굴도 볼 겸해서 그 소실의 집을 방문하였는데 이 여인이 제호탕을 내놓은 것입니다. 한음 이덕형이 속으로만 제호탕을 생각하고 있었고 말조차 꺼내지도 않았는데 마치 속을 읽은 듯이 제호탕을 내오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서 쳐다보고만 있다가 제호탕을 마시지도 않은 채 뒤도 안 돌아보고 바로 그 집을 나서서 궁궐 로 입궐한 이후에 두 번 다시는 그 소실을 찾지 않았다라는 설이 있습니다.
나중에 이덕형에게 왜 그런 것이냐 도대체 이렇게 지혜로운 여자한테 라고 물어 봤더니 전시상황으로 해야 할 일이 너무나 많은데 이렇게 속까지 읽어버릴 줄 아는 지혜로운 여인한테 깜짝 놀랐고 또 너무 사랑스러웠고, 하지만 이런 시기 에 그 여자한테 마음을 뺏길까 봐 일을 못하게 될까 봐 마음을 굳게 먹고 뒤돌 아 나왔다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제호탕 재료
제호탕의 주재료는 오매(烏梅, 150g)다. 6월 말에서 7월 초순에 딴 푸른 매실(靑梅)의 껍질ㆍ씨를 벗긴 뒤 질그릇 냄비에 넣어 (과거엔 짚불 연기에 그슬렸다) 연기가 나지 않을 때까지 말린 약재다. 까마귀처럼 까맣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여기엔 초과(10g)ㆍ백단향(5g)ㆍ축사인(5g)ㆍ꿀(500g) 등 부재료가 들어간다.
제조법은 어렵지 않다. 굵게 간 오매와 곱게 간 초과ㆍ백단향ㆍ축사인을 꿀에 버무려 걸죽하게 끓이기만 하면 된다. 냉장고에 보관해 두었다가 필요할 때 꺼내 냉수에 타서 마시면 여름철에 약해진 위의 기를 보(補)할 수 있다.
주재료인 오매는 소갈(갈증 해소)을 돕는다. 한방에서 소갈증(당뇨병에 해당) 환자에게 오매를 권하는 것은 이래서다. 오래된 기침ㆍ가래와 설사ㆍ피로 회복에도 그만이다. 음주 뒤 주독을 푸는 데도 유효하다. 강력한 살균력도 있다. 여름에 제호탕을 마시면 식중독균을 죽이되 건강엔 전혀 해가 없는 자연의 살균ㆍ소독약을 음식에 뿌리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부재료인 초과는 몸의 습기를 없애고 배를 따뜻하게 한다. 축사인은 위를 튼실하게 하고 설사를 멈추게 하며 장을 깨끗하게 해준다. 임신부의 입덧도 가볍게 해준다. 백단향은 배가 아프거나 토할 때 처방되는 약재다. 꿀은 기침ㆍ통증 완화와 변비 예방 효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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