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야기

음악이야기 | 판소리와 창극

곰고로곰 2023. 3.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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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속음악 : 판소리와 창극

1. 판소리

조선 중기 이후 남도지방 특유의 곡조를 토대로 발달하였다. 광대 한 명이 고수(鼓手) 한 명의 장단에 맞추어 일정한 내용을 육성(肉聲)과 몸짓을 곁들여 창극조(唱劇調)로 두서너 시간에 걸쳐 부르는 민속예술형태의 한 갈래이다. 시대적 정서를 나타내는 전통예술로 삶의 희로애락을 해학적으로 음악과 함께 표현하며 청중도 공연 참여한다는 점에서 가치가 크다. 현재 판소리 다섯마당은 모두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되었다.

 

안숙선 명창의 판소리(좌), 창극 ‘청’ 의 한 장면(우)

 

2. 창극

()을 중심으로 극적인 대화가 구성되어 연출되는 민속극으로 중국의 경극, 서양의 오페라와 그 성격이 비슷하다. 판소리보다는 후기에 나타난 공연 장르로 앞으로의 발전 양상이 무궁하다.

 

 

판소리와 창극의 공통점

첫째, 이야기를 음악으로 만들었다는 점이다.

 

둘째, 노래(소리)와 이야기(아니리)가  존재하는 점이다.

 

셋째, 소리의 발성이 같다는 점이다.

 

 

판소리와 창극의 비교

1.인물의 역할

판소리에서 고수(북치는 사람)와 소리꾼은 한 마당을 이끌어나가는 주체로 그들은 1인 다역의 역할을 한다. 이 때, 고수는 장단을 맞춰주는 소리꾼의 조력자이며, 추임새를 넣는 청중이기도 하다. 소리꾼은 사설(아니리)을 읊고 소리를 하는 등 모두 혼자 그 역할을 담당해아 한다. 하나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여러 인물을 연기하는 것도 소리꾼의 몫이다.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인물을 연기하기 위해서는 소리꾼의 섬세한 감정 표현 능력이 요구된다. 고수와 소리꾼 이외에도 판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것이 바로 청중이다.

 

판소리의 모든 청중은 추임새를 통하여 공연에 관여할 수 있다. 참으로 훌륭한 청중은 제대로 된 추임새를 할 수 있는 청중이다. 그래서 어떤 판소리 음반은, 실황이 아니고 청중이 없는 스튜디오에서 녹음한 것인데도 일부러 추임새를 넣은 것도 있을 정도이다. '일 청중, 이 고수, 삼 명창'에서 말하는 첫 번째로 중요한 청중이란 바로 제대로 된 추임새를 하는 청중이다. 제대로 된 청중에 의해서 판소리 소리판은 완성된다.

 

반면, 창극은 판소리에 극적인 요소를 가미한 장르이기 때문에 인물들의 역할 배분에 있어 판소리와는 다소 다른 양상을 보인다. 무대에는 여러 명의 인물들이 등장하여 11역의 역할을 한다. 창극 의 무대만 보아도 심봉사, , 장승상댁 부인, 뺑덕어미 등 다양한 인물이 한 무대에 같이 등장하여 각자의 역할에 따른 창과 연기를 보인다. 그들은 상황에 따라 노래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기도 하며 때로는 연극처럼 대화하는 형식을 빌어 표현하기도 한다. 판소리와는 대비적으로 청중의 역할은 그 중요성이 미미해진다. 또한 창극은 이야기(아니리)를 설명해 주는 인물이 따로 등장하기 때문에 보통의 연극 무대와 비슷한 모습을 보인다고 할 수 있겠다.

 

2. 이야기 전개 및 구성

판소리는 크게 완창과 부분창으로 나뉜다. 판소리가 초기에 불려질 무렵에는 완창을 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현대에 들어오면서 그 수가 급격히 감소하는 대신 부분창을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완창은 판소리대본의 처음부터 끝까지 다 부르는 것으로 긴 시간이 필요하고 소리꾼의 고도의 능력이 요구되므로 명창이냐 아니냐를 판가름하는 기준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반면, 부분창은 특정 대목만을 부르는 것으로 판소리의 특징인 부분의 독자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전체를 부르지 않고도 부분창으로서 그 분야가 자리잡은 것은 특정 대목 전후의 내용을 청중이 대개 알고 있는 경우가 많고, 그 자체만으로도 독자적인 특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창극은 이라는 성격상 이러한 분류를 따를 수 없다. 판소리대본과는 또 다르게 창극을 위한 대본이 새로이 창작되며 이는 이야기의 처음부터 끝까지 내용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하나의 이야기에서 중요 대목을 간추려 이를 창과 대화로 각색하고, 연기와 무용을 덧붙여 구성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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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무대연출

판소리는 고수의 북 장단 이외에 다른 반주가 없다고 할 수 있다. 장단의 변화나 음향 효과 등은 고수와 소리꾼의 육성과 북 장단이 대신한다. 이야기 전개상 장면이 변화하거나 시간이 흐른 후의 모습을 표현하고자 할 때에는 아니리가 그것을 설명하며 북 장단을 느리게 혹은 빠르게 함으로서 장면 연출을 도울 수 있다.

 

따라서 이야기의 비주얼적인 측면은 청중 개개인의 상상에 맡기게 되는 셈이다. 또한 특별한 무대 장치가 필요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북과 소리할 수 있는 충분한 공간만 주어진다면 어디든 판소리의 무대가 될 수 있다. 때문에 판소리에서 ''이라는 말의 의미는 '많은 사람이 모인 가운데 특수한 행위가 벌어지는 장소'라는 뜻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이는 판소리의 장점으로도 작용한다.

 

이와 반대로 창극은 악단이 반주와 음향 효과를 넣음으로서 전체적인 극의 분위기를 연출한다. 전통 악기와 서양 악기가 어우러진 오케스트라의 맛깔난 연주는 관객들로 하여금 극에 쉽게 몰입할 수 있게 한다. 뿐만 아니라 창극은 장면이 매번 바뀔 때마다 이야기에 맞는 다른 무대를 연출해 시각적으로 청중의 이해를 돕는다.

 

창극 을 예로 들어보자. 우리에게 친숙한 심청전을 소재로 현대적인 감각과 연출 기법이 함께 어우러졌다. 무엇보다 초대형 뮤지컬에서나 볼 수 있는 회전식 무대가 눈길을 끈다. 제물이 된 심청이가 바다에 빠지는 장면에서 둥근 회전 무대는 관객들의 눈에 배로 비춰져 극의 흥미를 더한다. 음악도 전통 악기와 서양 악기가 한데 어우러진 가운데 현대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심청이가 바다에 몸을 던지면 최근 크로스오버 국악 음반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악기인 해금이 심청의 처절한 심정을 묘사하는 아름다운 선율을 토해낸다.

 

4. 이외의 차이점

판소리가 전통예술로서 과거의 감각을 많이 소유하고 있는 반면, 창극은 발전 양상이 무궁한 아직 미완성된 장르라고 볼 수 있다. 판소리는 그 역사가 오래된 만큼 종류도 여러 가지로 분화되어 있다. 단가와 열두 마당 이외에도 병창과 승도창이라는 것이 있다. 병창은 악기를 연주하면서 판소리의 특정 대목을 부르는 것인데, 가야금 병창과 거문고 병창이 있다.

 

병창은 악기를 연주하면서 소리를 해야하기 때문에, 너름새나 발림(동작)을 할 수 없고, 발성의 기교를 제대로 다 발휘할 수 없다. 따라서 병창의 창법은 판소리에 비해 가볍고 쉽다. 대체로 판소리를 하기에는 기량이나 성량이 다소 부족한 사람이 병창을 하는 경우가 많은 것은 이 때문이다.

 

승도창은 줄을 타면서 부르던 판소리라고 하는데, 전승이 끊어져 현재는 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자세히 알 수 없다. 승도창에 관한 기록도 없다. 줄타기나 땅재주같은 곡예를 하던 사람은 판소리 창자와 같은 재인 광대 계층에서 나왔다. 판소리 명창 중에서 이날치는 줄타기를 하다가 판소리로 전환하여 명창이 되었으며, 장판개도 줄타기의 명수였었다. 이렇듯 줄타기와 소리를 한 사람이 한 적이 더러 있었던 것으로 보아 판소리와 줄타기의 관련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이외에 창작판소리라는 것이 있는데 이는 기존의 판소리 이외에 새로이 만들어진 것으로 변화하는 시대에 발맞추기 위한 새로운 시도라는 측면에서 환영할 만하다. 창작 판소리를 통한 이러한 노력은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 경우도 있었으나, 대부분은 일회적인 데 그침으로써, 구전적 전통 속에 흡수되어 생명력을 얻는 데는 실패하고 말았다.

 

창극에 대한 논란도 아직 사그라든 것은 아니다. ‘사실 창극이 판소리가 발전된 형태냐, 아니면 판소리가의 변형된 형태냐 하는 논란마저 완전히 정리가 안 된 것이 현실이다. 이 논란에 대한 결론을 말하기에는 아직도 시간을 필요로 하겠지만 분명한 것은 창극이 완성된 장르가 아니라 아직도 그 양식의 정립을 위하여 실험과 모색을 거듭하는 진행형의 공연 형태라는 점이다. 조선조 말 판소리가 분창의 형태로 무대화된 이후 많은 사람들에 의하여 오늘의 창극으로 변모해 왔지만 독창적이고 창조적인 정립과정을 거치지 못하고 서구 연극 양식에 안일하게 대입하는 수준에 머물지 않았느냐 하는 반성도 제기되고 있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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