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일고 있는 한식 붐이 예사롭지 않다. 세계 곳곳에 점점 더 많은 한식당이 생기고 있으며 다양한 한식을 맛보기 위해 많은 외국인들이 그 한식당을 찾는다. 한식은 다양한 식재료를 사용해 맛을 내는 변화무쌍한 음식이며, 젊음과 아름다움을 가져다주는 건강한 음식이기도 하다. 한식의 특징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살펴보도록 하자.
조화와 균형
한식은 기본적으로 아름다운 색의 조화 뿐만 아니라 영양학적으로 조화와 균형을 갖춘 건강한 음식으로 평가되고 있다. 한식은 아름답고, 맛있으며, 그리고 세계적으로 유래를 찾기 어려울 만큼 건강에 좋은 음식으로 여러가지 식품영양학적 특성을 지니고 있다. 쌀밥 특히 잡곡을 섞은 밥, 국, 김치, 반찬 형태의 한식 식단은 비만이나 이로 인해 생기는 동맥경화, 고혈압 및 암 등을 예방하는 우수한 식단으로 평가 되고 있다.
이렇게 조화와 균형을 갖춘 한식은 비만 예방의 효과가 있다. 쌀밥의 전분은 체내에서 서서히 소화, 흡수되며 밥과 반찬을 번갈아 먹게 되므로 혈당 상승이 느리고 포만감을 느끼게 하여 비만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또한 한식 상차림은 쌀밥과 김치, 장류, 콩제품, 생선, 나물, 고기 등 반찬이 조화롭게 짜여 있어서 다양한 식품 섭취가 가능하다. 그리고 음식재료 혼합 측면에서의 영양적 우수성을 들을 수 있다. 한국 음식하면 떠오르는 비빔밥, 잡채, 신선로, 갈비찜, 생선찜 등의 음식 재료를 보면 곡류, 채소류, 어육류, 유지류, 등 동물성 식품과 식물성 식품이 혼합되어 있는 특징을 발견 할 수 있다.
따라서 한국전통식생활을 하면서 동물성 식품을 지나치게 많이 먹기란 오히려 어렵다. 또한 한식은 조리법 자체가 구이, 찜, 데쳐서 무치는 방법 등을 많이 사용하는 담백한 조리법으로 지방을 많이 사용하지 않는다. 사용하는 지방도 주로 식물성 기름으로 우리 몸에 좋은 불포화지방산의 함량이 동물성 지방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많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마지막으로 한식은 에너지 구성 비율 우수하다. 식단 구성이 저열량의 탄수화물 및 채식 위주로 되어 있어,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등 3대 영양소가 균형을 이루며 생선 및 해조류를 이용한 다양한 음식이 발달하였다. 우리 식단은 탄수화물 : 단백질 : 지방의 에너지 구성 비율이 65% : 15% : 20% 으로 권장비율인 60~65% : 15~20% : 20%에 아주 근접해 있다. 또 식사 내용에서도 식물성과 동물성 식품의 비율이 80:20으로 적정하게 구성되어 있다.
발효 과학
'발효(醱酵)’ 란 미생물이 자신의 효소로 유기물을 분해 또는 변화시켜 특유한 최종산물을 만들어내는 현상을 말한다. 영어로는 fermentation이라고 하는데 이 말은 라틴어의 ‘ferverve (끓는다)’에서 유래된 것으로 미생물이 식품 내에서 작용하여 부글부글 끓는 듯한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한식에서는 김치, 청국장, 고추장, 된장을 발효음식의 대표로 들 수 있다.
1. 김치
발효와 숙성 기간을 거치는 동안 각 재료의 성분이 서로 결합하여 몸에 이로운 여러 가지 물질들을 만들어 낸다. 잘 익은 김치를 먹으면 하루에 필요한 아스코르브산의 80%이상을 섭취할 수 있으며 양념에 쓰인 마늘의 알리신이 체액의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함께 쓰인 젓갈이나 각종 해산물들도 질 좋은 아미노산을 공급한다. 무엇보다 김치가 숙성되면 유기산과 알코올 에스테르가 생성되어 식욕을 돋구어 주므로 훌륭한 밑반찬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김치는 숙성하면 유산균을 생성하는데 유산균은 장내의 산도를 낮추어 해로운 균이 자라는 것을 막아주거나 없애준다.
유산균의 정장작용은 장을 튼튼하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또한 김치의 캡사이신이라는 성분은 위액의 분비를 촉진시켜 소화활동을 돕는다. 풍부한 비타민A와 비타민C의 항산화 작용으로 노화방지 효과를 볼 수 있으며 식욕을 증가 시키고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해주므로 생리대사를 활성화 시킨다. 뿐만 아니라 김치의 식이성 섬유는 장의 활동을 활발하게 해주어 몸 속의 당류나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어 준다. 식이성 섬유의 이러한 효능은 당뇨병, 비만 등의 성인병 예방과 치료에 도움을 준다. 마지막으로 김치의 주재료인 채소는 대장암을 예방해주고 양념의 마늘은 위암을 예방한다고 한다. 이외에도 김치는 치오시안네이트, 박테리오신과 같은 항생 물질들을 다량 함유하고 있어 각종 암 예방과 치료에 도움을 준다.
2. 청국장
원료인 콩이 가지는 단백질 외에도 건강증진에 큰 역할을 하는 생리활성 물질이 풍부하게 들어있다. 생리활성 물질인 식이섬유나 인지질 등은 동맥경화, 심장병, 당뇨병을 예방하고 항균작용과 항암작용을 한다. 이외에도 골다공증과 각종 성인병에 좋으며 특히 다이어트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한다. 또, 청국장에 들어있는 각종 비타민과 칼슘, 포타슘 등의 미네랄은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해주어 비만을 예방한다. 그리고 레시틴과 사포닌은 체내에 과도하게 축적되어 있는 레시틴과 사포닌도 과도한 지방을 흡수하여 배출 하도록 돕는다. 또한 청국장은 항암식품이다.
청국장의 풍부한 제니스테인이라는 물질은 유방암, 결장암, 직장암, 위암 등에 효능이 있다. 특히 생 청국장에 들어있는 사포닌은 암 발생과정에서 생기는 DNA 부가물이 자라는 것을 억제하여 암 발생을 감소시킨다. 그리고 청국장은 인슐린 분비 촉진 기능도 가지고 있다. 청국장의 섬유질은 당의 흡수가 서서히 일어나도록 하므로 혈당이 빠르게 증가하거나 떨어지는 것을 조절해준다. 또한 청국장은 인슐린의 분비를 촉진하는 기능을 하여 인슐린이 부족한 당뇨병 환자에게 좋은 음식이 된다, 마지막으로 청국장의 주요 성분인 레시틴은 체내의 독소를 소변을 통해 배출 시키거나 간으로 보내 분해하는 역할을 한다. 레시틴은 수분과 지방분의 균형을 맞춰 수분부족으로 인해 거친 피부가 되지 않도록 돕기도 한다.
3. 된장
단백질과 지방이 풍부하여 곡류와 채식 위주의 식사를 했던 조상들에게는 훌륭한 단백질 공급원이었다. 식물성 단백질은 혈액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여 동맥경화나 심장질환이 있는 사람에게 좋으며, 쌀을 주식으로 하는 사람에게 모자라는 필수아미노산인 리신이 많이 들어 있어 식생활의 균형을 잡아준다. 된장은 발효식품 가운데에서도 항암효과가 탁월하다. 된장은 끓인 뒤에도 항암 효과가 살아 있어 암에 걸린 쥐에게 된장을 먹인 결과 먹이지 않은 쥐보다 암 조직의 무게가 80%나 감소하였다고 한다. 대한 암 예방 협회는 암 예방을 위해 된장국을 매일 먹을 것을 권장하고 있을 정도로 국내외적으로 그 효과가 공식화되는 추세이다. 그리고 된장은 노인성 치매 예방 효과를 가지고 있다.
콩 속에 레시틴은 뇌기능 향상 효과가 있으며 사포닌은 기능성 물질로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과산화지질의 형성을 억제하여 노화 및 노인성 치매를 예방한다. 된장은 노화를 억제하는 항산화물질을 함유하고 있으며 된장 특유의 갈변 현상도 노화 예방에 큰 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간 기능 강화기능도 있는데, 간은 우리 몸에서 가장 중요한 기관의 하나이며 섭취한 영양소 모두다 간을 통해 분배 된다. 전통 된장은 간 기능 회복과 간 해독에도 효과가 있으며, 간 독성 지표인 아미노기 전이효소의 활성을 떨어뜨려 간 기능을 강화시킨다.
4. 고추장
특성은 다른 장류와는 달리 매운 맛을 낸다는데 있다. 고추장의 특성은 다른 장류와는 달리 매운 맛을 낸다는 데 있다. 고추장의 매운 맛을 내주는 캅사이신 성분은 식욕을 촉진 시키며 땀을 내게 해 체내의 노폐물을 배출 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 밖에도 고추장에는 단백질, 지방, 비타민B2, 비타민C, 카로틴 등과 같이 우리 몸에 유익한 영양 성분이 많이 함유 되어 있다. 식사를 할 때 고추장을 곁들이면 소화기능이 좋아진다. 이것은 고추장에 전분 분해효소인 아미라아제와 단백질 분해 효소인 프로테아제 등 소화효소가 들어있기 때문이다.
특히 위에 부담을 주기 쉬운 육류를 섭취할 때 고추장과 함께 먹으면 자연스레 소화제 역할을 해준다고 한다. 고추장은 비만 방지효과가 있다. 고추장의 매운맛을 내는 성분인 캡사이신이 체지방을 감소시키며 고추장의 숙성 기간에 생긴 성분이 체지방을 태운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고추장의 비만 방지 효과는 막 담근 고추장 보다 숙성 기간을 거친 고추장이 더 큰 것으로 밝혀졌다. 그리고 고추장도 마찬가지로 항암효과가 있다. 고추장은 자동 산화 작용의 증가를 억제한다. 고추씨에 풍부한 켑사이신은 항균작용을 하고 고춧가루에 다량 함유된 베타 카로틴, 비타민C는 항돌연변이 및 항암 작용에 효과가 있다.
한식의 가장 큰 장점은 건강을 위한 자연식, 발효음식이며 보기에도 아름다운 오방색 음식이라는 점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 4계절마다 생산되는 제철재료로 만들어지며 이미 다양한 실험을 통해 효능이 입증된 각종 발효음식이 발달했다는 것은 한식의 큰 경쟁력이다. 더불어 청(靑), 적(赤), 황(黃), 백(白), 흑(黑)의 다섯 가지 색의 식품을 가지고 만든 오방색 음식이 많아 보기에도 좋고, 오장육부를 건강하게 해주는 신비가 있다. 우리의 한식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는 웰빙음식(well-being Food)이며, 슬로우푸드(Slow food)이고 건강한 음식이다.
정부에서 추진화하고 있는 한식세계화사업에 대해 얘기해 보자면 우선 음식은 문화다. 오랜 세월이 만들어낸 민족의 특별함이 음식에 녹아있다. 한식의 세계화는 향후 몇 년 안에 이룰 수 있는 단순한 과제가 아니다. 음식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한국의 문화를 소개하는 일이 그렇게 쉽게 이뤄지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가 너무 조급해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한식세계화라는 타이틀 아래 눈에 보이는 가시적인 행사들을 이뤘으니, 이제 한식세계화가 되었을 것이다라고 생각한다면 시기상조인 것이다.
한식이 세계화된다는 것은 나라와 나라가 만나서 각국의 문화가 만나 또 다른 하나를 만들어 내는 일이다. 베트남의 쌀국수를 예로 들자면 우리나라로 넘어오며 본토의 그것 보다 짠 맛이 순화되었고, 그 양은 늘어났다. 베트남의 쌀국수가 우리의 식습관과 만나 현지화 된 것이다. 자장면, 피자, 쌀국수 등이 들어와 우리의 입맛을 사로잡은 것처럼 우리 한식도 세계의 문화에 자연스럽게 침투되어 그들의 입맛을 사로잡게 되는 문화와 융합되는 시간이 필요하다. 우리 모두 조급해 하기 보다는 더욱 정성을 들이고 함께 힘을 모아 한식세계화에 기여하기를 청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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